하늘

버스전용차로를 무단 점령하다

높푸른 하늘 2004. 9. 21. 13:46

어제는 직원 아들래미 돌이라 하여,

이른바 퇴근시간에 길을 나섰다.

나의 애마 로시난테는 그 시간에 길을 나서는

까닭이 제법 궁금했으리라.

 

가뜩이나 엉켜 있을 시간에 비까지 더하니,

서울 교통은 그야 말로 '닫힌 방'이여,

'타인은 곧 지옥'이라는 사르트르의 말 뜻을 알 듯도 했다.

 

실수로 버스전용중앙차로에 들어 서고 말았는데,

이 놈의 차로가 제법 웃기다.

벗어 나가고 싶어도 나갈 곳이 없는 것이다. 한동안...

 

버스정류장에서 정차중인 버스 뒤에

달라 붙어 있어야 할 때의 참담함이란...

 

실수를 깨달으면서도, 돌아서지 못하고

앞으로 더욱 더 나갈 수 밖에 없다니...

 

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몰아쳐 가는,

더 이상 주체로서의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, 

버스전용중앙차로,

네가 두렵다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