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화상 (윤동주)

높푸른 하늘 2004. 11. 13. 03:45
산모퉁이를 돌아 논가 외딴 우물로 홀로 찾아가선 가만히 들여다봅니다.

 우물 속에는 달이 밝고 구름이 흐르고 하늘이 펼치고 파아란 바람이 불고 가을이 있습니다.
 
 그리고 한 사나이가 있습니다.
 어쩐지 그 사나이가 미워져 돌아 갑니다.

 돌아가다 생각하니 그 사나이가 가엾어집니다.
 도로 가 들여다보니 사나이는 그대로 있습니다.

 다시 그 사나이가 미워져 돌아 갑니다.
 돌아가다 생각하니 그 사나이가 그리워집니다.

 우물 속에는 달이 밝고 구름이 흐르고 하늘이 펼치고 파아란 바람이 불고 가을이 있고 追憶처럼 사나이가 있읍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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