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대 이제는 불이 되어라.
세상의 모든 교만을 꺾고, 사람마다 낱낱이 버리지 못하는
때묻은 욕심을 모조리 가두어 사루는
검은 불티 천리만길 날리며 허공에 치솟는
불이 되어라.
사랑이여.
그대 우리 못으로 모여 등 부비며 일하는 진흙 위에
눈물 위에
저 아득한 뙤약볕 모래 위에
불이 되어라 큰 불이 되어라.
그대 때때로 그늘지는 여린 가슴에 헛꿈으로
오는 것이 아니라,
살아 생전 한결같이 배부름으로, 그리고 절대로
피나는 살붙이들 함부로 갈라서지 않는
기쁨 하나로 불이 되어 타올라라.
산과 들에 이 수풀에 엎드려 공연히 채찍에 몰리고,
아직도 일한 만큼 먹지 못하는 이들이 가득히
죽고 싶어도 못 죽어서 살고 있느냐.
어둠 속에, 뿌리 깊은 미움의 주먹들 사이에
오직 의롭고 올곧다는 이유만으로
너나 나나 이리저리 적으로 몰리고,
혹은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소리도 없이
개처럼 목졸리는 형제들이 있느냐.
불이 되어라.
그대 살아 있다는 말 한 마디로 굽이굽이 맺힌 한을 풀고
알게 모르게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 다 살려 세우며,
오히려 살을 찢고 뼈를 깎는 진실을 위하여 회오리치는
불이 되어라.
그대 검은 불티 천길만길 날리며 허공에 치솟는
불이 되어라.
사랑이여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