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1월

높푸른 하늘 2004. 11. 1. 10:08
        11월   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,    돌아보면    다들 떠나갔구나,    제 있을 꽃자리    게 있을 잎자리   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.    상강(霜降).   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   꽃은 꽃끼리, 잎은 잎끼리    맨땅에   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  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   시대를 통곡한다.    시들어 썩기보다   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   인동(忍冬),    갈대는   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   몸을 눕힐 때   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.    해를 받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