하늘

東柱 60週忌를 맞아...

높푸른 하늘 2005. 2. 16. 01:46

 

잃어버렸읍니다.
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
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
길에 나아갑니다.

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
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.

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
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

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
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읍니다.

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
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.

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
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

내가 사는 것은 다만
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.

 

 

2월 하고도 16일,

東柱형이 후쿠오카의 원혼이 된지 꼭 60주년이 되는 날.

이는 곧 올해가

일제로부터 해방된지 60년째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.

 

친일 민족반역자의 그 더러운 재산들을

그 후손들이 속속 되찾아 가고 있다는데,

고인의 넋 앞에서 '해방'을 운운할 수나 있을런지...

 

쳐다보면 하늘이 부끄럽게 푸를까 봐,

차라리 비가 내리는구나.

 

역사를 바로 세울 때에야 비로소,

순결한 넋 고이 잠들고,

길게 누운 산하에 흐드러진 진달래꽃

고운 빛을 되찾으리...